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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이젠 지식국가를 건설하자
 

중앙일보 

2003-08-05 


"21세기 첨단 국가는 지식기반에 달려 대학교육.정책 방향 전환을 해야"


무덥다. 날씨 탓만은 아니다. 8월의 작열하는 태양도 얼어붙은 경기를 녹이지 못하고 있다. 새만금 간척사업 논란에 이어 원전수거물관리시설 부지 선정 논란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한편 북한 핵문제는 다자협상을 시작하더라도, 언제 북한의 위협과 미국의 압력이 진검승부를 하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휴화산이다.

 

8월의 난제들을 성공적으로 풀어 국민의 더위를 식혀줘야 할 정치권은 오히려 더위를 부채질하고 있다. 산뜻한 이름과 달리 악취를 풍기고 있는 굿모닝시티 사건은 점점 커져만 가고, 대통령.총리 주변 인물들의 도덕적 해이(解弛)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으며, 여의도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이합집산에 정신이 없다.

 

*** 정보기술혁명이 지식혁명으로

 

짜증나는 8월의 더위를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시원한 방법은 없을까. 21세기 지식국가 건설 논의를 주목해 보자. 우리 정치와 사회는 당면하고 있는 국내외 문제들을 구태의연한 폭력.금력, 그리고 이념대결의 시각에서 파악하고, 문제들을 사전에 풀기보다는 사후에 없애보려는 무리함을 계속하고 있다.

 

반면에 21세기 역사의 선두주자들은 정보기술 혁명에 힘입어 새로운 힘으로 등장한 지식력을 활용해 문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풀어 보려는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21세기 문명과 야만의 중요한 갈림길이 될 무식국가가 아닌 지식국가로 가는 길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우선 우리 정치 주도세력들이 21세기 역사의 무대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하루 빨리 깨달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지식국가 건설 경쟁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 21세기 정보기술 혁명은 지식혁명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21세기 세계 첨단의 고성장 기업이 되기 위해 지식경영은 필수다.

 

21세기 전쟁도, 최근 이라크전이 확실하게 보여준 것처럼 지식기반 전쟁으로 빠르게 옮아가고 있다. 동시에 21세기 첨단국가들은 국내외 최고의 정보를 활용하는 지식기반의 정책형성에 전력을 투구하고 있다.

 

국가가 더 이상 사후적으로 폭력.금력.이념의 갈등 조절에 부심하기보다는 사전적으로 지식기반의 정책 형성과 실천으로 갈등 자체를 감소시키려는 노력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다음으로 국외의 지구지식과 국내의 사회지식을 모으고, 분석해 제대로 된 국가지식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지구지식의 활용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정보기술 혁명으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지구지식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이버 공간에는 3천만개 이상의 웹사이트가 엄청난 정보를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다. 사이버 지구지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21세기 지식국가가 될 생각은 버려야 한다.

 

우리 외교정책과 국내정책은 아직도 수공업 시대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식국가는 사회지식의 활용없이 불가능하다.

 

암묵적 사회지식을 제대로 드러내고 조정해 만든 정책만이 사후적으로 사회구성원들의 이해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자면 정부 산하의 정책자문회의들을 유명무실한 사후 정책홍보 모임에서 명실상부한 사전 정책형성 모임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 지구지식 활용·주도가 먼저다

 

마지막으로 첨단 지식국가는 첨단 지식사회의 기반 위에서 가능하다. 사회의 지식수준은 대학.기업.언론매체.시민사회조직 등에 의해 형성된다. 그중에서도 대학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오늘 한국의 모습은 1980년대 대학의 모습이다. 21세기 지식국가 경쟁의 미래가 궁금하면, 오늘의 전 세계 대학들의 도서관과 연구실을 비교해 보면 바로 답을 얻을 수 있다. 전망은 밝지 않다.

 

더구나 첨단 지식국가들은 지구지식의 활용 및 주도를 최우선으로 한 다음, 사회지식의 평준화를 모색하고 있으나 우리의 교육과 연구정책은 사회지식의 평준화를 우선으로 하고, 지구지식의 활용과 주도는 부차적으로 하고 있다.

 

이런 현실이 계속된다면, 세계 지식질서는 물론이고 동아시아 지식질서에서도 주인공 역할을 담당하기 어렵다. 첨단 지식국가를 건설하려면, 현재의 대학교육 및 연구정책부터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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