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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과 파트너십 중시하는 美, 일본이 원하는 대로만 해주지는 않을 것”
 

조선일보 

2013-10-07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이 본 '美·日 안보협력']

 

日, 군비 증강으로 지역 안보 악화시키면 자신들도 손해

아베가 日 전체 대변하진 않아… 韓·日관계 정상화해야

 

우리가 美·日 MD에 참여하는 것은 막대한 돈 들어 무리

국익에서 中 비중이 더 커… 쓸데없는 오해 만들지 말아야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키로 한 데 대해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EAI)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은 "너무 흥분해서 볼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 이사장은 6일 본지 인터뷰에서 "미·일 간 '2+2(외무·국방장관) 안보협의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1997년 만들어진 현재의 방위협력지침을 재평가하고 2015년 이후 동아시아 상황에 맞게 개정한다는 것"이라며 "미·일 관계가 강화된 것은 분명하지만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일본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 이사장은 우리나라의 대응과 관련, "아베 정권이 일본 전체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 한·일 관계는 어떤 형태로든 정상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번 미·일 안보협력지침 개정 의미는.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 재균형(Asia rebalancing)' 정책을 쓰면서 6개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그 첫째가 아·태 지역의 전통적 동맹 강화인데, 그 핵심은 미·일 동맹이다. 이걸 강화한다고 해서 나머지 5개 원칙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둘째 원칙이 바로 중국과의 파트너십 강화다. 쉽게 얘기하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문제가 생길 때 미국은 지금처럼 일본의 행정적 관리는 인정하되, 주권 문제가 생길 경우 그 누구 편도 들지 않을 것이다. 일본의 기대처럼 미국이 일본 편만 들고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그런 상황은 발생하기 어렵다."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이 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자택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동북아시아 역학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일본이 미·일 동맹 강화를 통해 더 우경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0년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을 앞섰다. 군사력 측면에서도 동아시아의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일본의 경제 불안까지 겹치자 미국을 잡겠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정세를 보는 일본의 안목이 떨어지는 것 같다. 100년 전의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려고 하고 있는데 미국은 '중국 대 미국·일본'의 관계로 판을 몰고 가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도 일본과의 동맹 강화가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잠재적 위험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이 이번 미·일 합의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중국은 시진핑 시대 10년의 목표를 화평(和平)발전, 즉 또 한 번의 경제 발전에 두고 있다. 미국과 군사적 갈등으로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은 명확하다. 문제는 센카쿠 문제처럼 일본과 충돌이다. 중국은 미국과는 직접 붙지 않지만, 핵심 이익이 관련될 경우 일본에 대해서는 결연히 나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일본이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과연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장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아베 정부의 목표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일본의 군사력 증강이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 질서를 악화시키는 쪽으로 갈 경우 결과적으로 일본의 국가 이익에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미국이 재정난 때문에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용인했나.

 

"세계 질서를 통치하는 미국으로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관리하는 데 비용 대비 효율적인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국방예산도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다만 미국이 이 지역에서 일본과 군사적 역할을 나누더라도 동아시아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한다는 정도의 고려는 할 것이다."

 

―이번에 미사일방어(MD)체제 문제도 논의됐다. 미국은 우리에게 참여를 요구하고 있는데.

 

"중국이 미·일 동맹 강화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그것이다. 우리는 여기에 직접 연계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다. 미국과 일본의 MD 체인에 들어가는 것은 우리에겐 무리다. KAMD만으로도 막대한 재정이 들어가는데 쓸데없이 오해를 일으킬 만한 부분은 없어야 한다. 동아시아에서 중국 대 한국·일본 구도로 가면 한·중·일 모두에 좋지 않다."

 

―한국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은 국익 측면에서 중국이 가지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큰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제 바둑판을 넓게 써야 한다. 오랫동안 집을 키워온 한·미·일 동맹 네트워크에 발을 디디고 있되, 새집을 중국과 짓는 노력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한·일 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일본이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한국에 대해서는 일본 국내 정치적 이유로 독도 문제나 위안부, 교과서 문제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중국에 대해서는 센카쿠에서 시비가 일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한·중·일 3국이 지금보다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좀 더 넓은 의미의 국익을 논의해야 한다. 또 아베 정권이 일본 전체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므로 한·일 관계도 어떤 형태든 정상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3개의 화살'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외교에서도 미국뿐 아니라 한국, 중국에 '3개의 화살'을 동시에 쏴야 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0/07/201310070014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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