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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선 외 <근대한국의 사회과학 개념 형성사>(창비, 2009) 외
 

2014-04-26 

하영선 외 <근대한국의 사회과학 개념 형성사>(창비, 2009)

 


2014 4월 세미나 기록

일시: 4 26() 1:30-3:30

장소삼성경제연구소 회의실

참석하영선김치욱배영자전재성김상배손열이헌미송지예권민주용채영구민선 

발표: 전재성, 하영선

* Reinhart  Koselleck, "Futures Past: On the Semantics of Historical Time" (Columbia University Press 1985) selected chapters 국문라인하르트 코젤렉, <지나간 미래>(문학동네, 1998)  발제전재성 

하영선 외 <근대한국의 사회과학 개념 형성사>(창비, 2009)  발제하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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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내용

 

하영선개념사연구를 그 동안 어떻게 해왔으며앞으로 어떻게 하려는가에 대한 초벌 그림을 제시하려고 한다내년이 전파연구모임의 20주년이다전파연구의 수레를 타고 개념사 공부를 진행하였으므로개념사연구와 전파연구의 역사를 함께 간단히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도록 하겠다지난 20년을 되돌아보면서 언제 그리고 왜 코젤렉을 처음 읽게 되었는가를 되돌아보았다코젤렉을 나에게 소개해준 사람은 없었다카메라 렌즈를 과거로 돌려보면, 개인사적으로는 1991년 동덕모 선생님의 정년퇴임 이후였고 세계사적으로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 1991년 소련의 해체 이후였다. 탈냉전의 대변환은 국제정치학자들에게 커다란 반성의 기회를 제공했으며 동시에 현실에 대한 겸손을 요구했다. 개인적으로 격동하는 역사의 뒤통수인 탈냉전을 공부를 계속하기 보다는 새로운 역사의 앞이마인 탈근대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한국외교사 강의를 맡게 되어 다행스럽게도 전근대와 후근대의 공부를 복합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한국외교사 강의를 1991 3월부터 시작했으나 한국과 동아시아의 전근대와 근대도입기에 대한 기초공부의 축적이 없었기 때문에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했다. 하나의 대안으로서 과거사와 미래사를 접목하는 시도를 하기로 결정하고, 근대외교도입기의 중요 자료들인 갑신일록, 서유견문, 독립신문 등을 당대사와 미래사의 시각에서 동시에 읽으면서 필요한 1차문서 들의 도움을 받아 한국외교사를 재구성해 나갔다. 외교관련 국내 기본사료들과 외교문서들을 중심으로 외교사를 먼저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구성한 다음에 그 시기 역사의 주인공들이 당대의 외교현실을 주관적으로 어떻게 바라다보고 행동했는가를 공부하는 방식으로 역사 속의 주인공들의 국제정치론 공부부터 시작하고 가르쳤다. 유길준의 <서유견문>을 보면서 그에 영향을 미친 후쿠자와 유키치의 <문명론지개략>을 읽게 됐고, 다시 후쿠자와 유키치에 영향을 미친 프랑스의 기죠나 영국의 버클이 쓴 문명론을 보게 됐다. 그리고 한국의 문명론에 영향을 미친 유럽의 문명론 공부를 시작하면서 19세기 서양의 문명개념 전쟁을 독일의 개념사 연구자들이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을 알게 됐고 처음으로 코젤렉을 만나게 되었다

 

1993년 대학원생 10명과 함께 19세기 한국의 근대 국제정치개념 도입사를 공부하면서 코젤렉 중심독일 개념사 관련 자료들을 읽고, 서양의 근대 국제정치개념들이 동양으로 들어오는 역사들을 보고마지막으로 한국의 근대국제정치 개념의 도입사를 시도했다이 과정에서 처음에는 학부 강의다음에는 대학원 세미나그리고 교수들의 모임을 진행했다.

 

1995 3 31일 오후 전파연구모임의 1차 세미나는 세 가지 목적에서 출발했다. 첫째, 국내 사회학자들은 자신의 논문에 대한 자아비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미국적 사회과학 방법론의 한계오리엔탈리즘의 문제에 대해서 자기반성을 하고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하자는 것이었다둘째, 관련 문헌정리를 통해 비교사적 작업을 시도한다. 셋째, 서양 사회과학 개념의 수용사를 중심으로 하는 초보적인 한국 개념사를 시도하자는 것이었다.  <한국 사회과학개념형성사 1>에서 한국개념사는 유럽과는 달리 세 개의 층위가 있다는 얘기를 했다첫째 전통개념과 근대개념의 문명사적 각축둘째서양 근대개념 도입의 국제정치적 싸움셋째근대사회과학 개념형성의 국내정치 사회경제적 대결이다

 

연구모임은 두 가지 공부를 시작했다하나는 한국 사회과학 개념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던 19세기의 기본 자료들을 읽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자료들을 어떤 틀로 읽을 것인가에 도움이 되는 연구들이었다처음 읽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한국개화에 연관된 글들이었다윤치호 일기 같은 경우는 분량이 많아 여러 해가 걸렸다. 독회의 1차적 결론으로  개화어만 읽어서는 개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따라서 다음으로 대원군 전집을 비롯한 척사 관련 자료들을 함께 읽었다다음으로는 이 자료들이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일본이나 중국 자료들의 영향을 받으면서 써졌으므로 일본과 중국의 관련되는 글들을 읽은 다음에 마지막으로 전파의 진원지인 유럽 근대사회과학개념의 기본서로 독회의 방향을 정하였다

 

개념사의 연구방법론으로서는 우선 코젤렉을 읽었다코젤렉 개념사 연구는 독일은 코젤렉의 후학들이 자리 잡고 있는 독일을 비롯해서 ,덴마크네덜란드, 핀란드 등에서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개념사연구의 세계적 전파를 위해서 매년 세계적으로 여름학교와 연례학회를 열고 있다. 나는 2006년 제9회 스웨덴 웁살라 개념사 국제대회에 처음 참석했고 2008년 한국에서 아시아 처음으로 제11회 세계대회를 개최했다. 코젤렉학파들의 글을 읽고 개념사 세계대회에 매년 참석해서 지적 교류를 하면서 도움도 되었지만 유럽의 고민을 담고 있는 코젤렉 개념사를 디디고 넘어서서  한반도에서 전개된 개화와 척사의 싸움중국과 일본의 매개유럽의 전파를 제대로 담을 수 있는 보다 복합적인 한국 개념사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은 점점 커졌다.

 

오늘 독회의 내용인 Jan-Werner Muller의 논문, European Intellectual History as Contemporary History20세기의 유럽지성사를 돌아 볼 때 가장 중요한 지적 흐름은 3개 정도로 나눌 수 있다고 요약하고 있다첫 번째는 코젤렉 중심의 개념사 학파두 번째는 컨텍스튜얼리즘을 강조하는 정치사상사계열의 케임브리지 학파, 세 번째는 푸코 등의 담론분석이다세 학파가 현대사의 지성사에서 3대 보고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지적 자원으로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흥미롭다.  코젤렉의 개념사 연구와 케임브리지 학파는 상대적으로 친화성이 있다. Reiner KellerThe Sociology of Knowledge Approach to Discourse(SKAD)를 독일의 대표적인 분위기로서 소개하고 있다. 베르거와 루크만의 책은 사회학이나 정치학에서도 중요하게 읽히고 있다독일 유의 지식사회학, 19세기 마르크스와 20세기 상반기의 만하임을 넘어서 20세기 후반기의 베르거와 루크만의 독일 류 지식사회학과 프랑스의 푸코 같은 담론분석을 접합시키는 방식은 불가능한가? SKAD social practice로서 sign usage re-production/transformation of social orders of knowledge의 접합을 고민하고 있다

 

왜 이 두 논문을 소개하였는가사건기록신문 등을 보는데 어떤 틀로 볼 것인가를 생각할 때코젤렉에 대해서도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코젤렉학파는 왜 푸코적 담론분석을 중시하지 않고왜 케임브리지 학파적인 접근을 시도하지 않는가에 대한 자기성찰을 필요로 한다여기에는 답이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코젤렉학파, 푸코학파, 그리고 켐브리지학파들은 각기 다른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푸코가 담론을 사회적 실천으로 보고 사회적 장에서 사회적 실천을 따지는 방식과 코젤렉이 텍스트를 개념사적으로 읽으려는 시도그리고 스키너의 시도 중에 한국 또는 동아시아 개념사연구에는 어느 시도가 더 도움을 줄 것인가에 성찰을 필요로 한다

 

가다머하이데거칼 슈미트가 가장 중요하게 코젤렉에 영향을 끼친 사람들이다개념사 자체를 하라고 권장한 것도 하이데거슈미트 같은 사람들이었다코젤렉의 박사학위 논문(1954)1959년에 <Critique and Crisis>로 보완 출판된다정치적 대안을 고려하지 않은 이상주의적 계몽주의 비판들이 결과적으로 유럽의 정치적 위기를 가져왔다고 분석하는 코젤렉은 과거의 경험과 와 미래의 기대 지평 위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Keller Muller의 논문이 보여주듯이 21세기 초의 지성사, 담론분석정치사상사를 다시 한 번 재결합 되려는 논의들이 진행되는 가운데 우리는 세계에 내 놓을 만한 분석이 있는가? 스키너코젤렉푸코처럼 세계가 주목하는 연구는 자신들이 부딪치는 현실의 딜레마를 풀어 나가려는 노력이므로 서로 일정한 편차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좁은 의미의 영미 또는 독불 적인 것을 넘어서 지구, 동아시아한반도의 고민을 함께 풀 수 있어야 한다. 코젤렉의 도움을 받아서 우리 자료를 읽더라도 당연히 코젤렉을 넘어설 수밖에 없다. 19세기 당시 조선 동양 지식인들을 보면 근대 서양 개념의 도입이전에 전통 동양개념의 좌절에서 출발하고 있다. 조선일본중국 등에 신질서가 다가왔을 때 동아시아 3국은 전통개념으로 접근하는  1차적인 노력을 해 보았으나커다란 현실의 벽에 부딪쳐 좌절한 후에 비로소 서양 근대 개념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따라서  전통개념의 좌절사가 먼저오고 신 개념의 도입사가 시작됐고마지막으로 개념 형성사가 자리 잡았다

 

 

한국 사회과학 개념사연구의 갈 길은 험난한 만큼 풍요로울 것이다. 근대한국의 사회과학 개념 형성사 1(2009)에 이어서 형성사2(2012)는 보다 넓은 시공간을 다루었다. 21세기 한국 사회과학 개념사는 과거의 서양 근대개념의 수용과 변용의 단계와 21세기 새로운 현실에 걸맞은 개념의 창출과 전 세계로의 단계를 동시에 뛰어 올라가야 한다. 형성사21장에서 동아시아 질서 개념의 변환을 천하국제냉전, 복합의 네시기로 나눴다. 21세기 한국 개념사 연구가 유럽의 개념사 연구로 부터 진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3권은 과거의 1, 2권에 비해서 훨씬 복합적인 모습을 뛰게 될 것이다. 미국, 유럽을 넘어서 아시아의 삶에 대한 앎을 세계가 주목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홉스 봄의 언어를 빌리면 20세기 극단의 시기에 이어 21세기를 새로운 복합 시기의 도래로 부른다면여기서 필요한 연구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개념사 연구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적어도 4중 개념의 복합사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Age of Complexity의 진원지는 중국의 부상이다이제는 중국의 부상을 논의하지 않고 미중시대나 동아시아의 아키텍처를 논의하고 있다전통 천하개념의 영향사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커지고 이다. 그 중에 중국의 자오팅 양처럼 전통 천하체계의 미래 개념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무리한 주장도 일부에서는 유행하고 있다. 천하 개념들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21세기 세계를 잘 모르고, 21세기 세계로 제대로 개념화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천하 개념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무리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전통과 미래 개념사를 제대로 연구하면 이러한 혼란들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최근의 중국의 발언내용을 보면 시진핑이 중국의 꿈을 얘기하면서 신형대국관계와 신형주변외교를 포함한 신형국제관계를 강조하고 있다신형 변방외교로는 4자 잠언을 핵심으로 들고 있다. 여기서 을 과거 천하질서에서 동아시아를 다스렸던  예치로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가다머가 말하는 fusion of horizons 나 코젤렉의 Future’s Past의 기대지평과 경험지평 속에서 현재를 보는 것의 전형적인 예이다이러한 추세는 중국이 부상할수록 점점 더 커질 것이다

 

*한국 사회과학개념사는 19세기 개념도입사에서 4중개념 복합사로 확대 필요

1. 전통개념영향사

2. 개념도입사서양근대/식민지개념사

3. 개념형성사분단개념사/한국형SKAD연구

4. 미래개념전파사

 

1의 전통개념영향사와 2의 개념도입사는 기존의 형성사 1,2에서 다루었으나 지속해서 체계적으로 정리되어야 한다우리가 생각하는 정치사회적 개념들이 대부분 서양 개념들을 도입하면서 쓰기 시작했기 때문에 개념의 뿌리를 밝히지 않고 지적 작업을 하는 것은 사상누각이므로 단단하게 정리를 해야 한다형성사 1이 도입사에 집중한 것은 잘못이 아니라 코젤렉이 독일의 개념사 연구의 중심을 1750년부터 1850년으로 삼은 것처럼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코젤렉이나 국내 개념사 연구자들도 가다머의 해석학적 영향을 상당히 받고 있는데지평융합이나 과거와 미래의 지평을 통해 현재를 보면 개념도입사에서 서양 개념이 어떻게 들어왔는지를 계속 탐구하고 동이에 20세기 상반기 식민지의 개념사가 덧붙여져야 한다그러나 개념사연구가 도입사 시기의 국제정치사와 국내정치사회사와 접목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원래 코젤렉의 개념사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세 번째는 현대개념형성사의 연구가 강화되어야 한다. 1945년 이후로 보면 70년 동안에 지구화, 지역화, 분단화의 역사를 살면서 남과 북은 각각 다른 개념들이 도입되었다한국에서는 사상계등을 통해서 서양의 자유민주주위 개념들이 직수입되고 북한은 서양과 중국의 사회주의 개념들이 직수입되었다. 이러한 분단 개념사에 대한 한국형 SKAD의 연구 등이 필요하다소위 권력/지식적인 영향과 사회적인 영향 속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해방이후 담론 분석 등이 의미를 가질 때가 충분히 되었다넷째, 장기적 시야에서 코젤렉가 강조하는 과거의 경험과 21세기적 기대의 지평 속에서 현대개념의 등장을 연구해야 한다. 이렇게 형성되는 개념은 어떻게 지구적으로 소통되는가를 밝히기 위해 지구지식사회학적인 시각에서 소통, 의미, 지식을 엮으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한국 또는 동양 개념들이 어떻게 전 세계로 전파될 것인가를 검토해야 한다. 이상의 네 개가 고민해야 할 중요한 줄거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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