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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I 논평 제28호] 3차 북핵실험과 한국의 대북정책 : 군사·경제·정치의 3중 복합대응책 모색
 

동아시아연구원 

2013-02-25 
북한이 2월 12일 감행한 3차 핵실험에 대해 다양한 대응책이 논의 중이다. 오바마(Barack Obama) 미 대통령은 핵실험과 같은 도발이 북한의 고립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 경고하며 미사일방어체제(Missile Defense: MD)의 강화 및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을 예고했다. 중국은 외교부 정례브리핑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비확산 및 동북아 지역평화 안정에 기여하는 유엔안보리 논의를 주문하며 냉정한 대처를 강조했다. 한국은 유엔안보리 의장국으로서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하여 북핵포기를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일각에서는 전시작전권 환수 시기 연기, 한반도 전술핵 배치 검토뿐 아니라 독자적 핵무장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대응책들은 사태에 대한 총체적인 진단을 결여하고 있다. 대응책을 논의하기 이전에 필요한 것은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 배경을 이해하고 김정은 체제가 추구하고 있는 생존전략의 방향을 제대로 읽는 것이다. 2006년 10월 1차 북핵실험 이후 3차 핵실험에 이르기까지 북한과 국제사회는 유엔 제재, 양자회담 및 6자회담 등을 통한 대화와 협상, 미사일 발사, 그리고 핵실험이라는 악순환을 쳇바퀴 돌듯 반복해 왔다. 단순히 북핵문제 자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다가는 늘 그래왔듯 핵실험 이후 이어지는 북한의 ‘평화공세’에 다시 한 번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북한 3차 핵실험과 김정은 체제의 성격

 

김정은 체제의 3차 핵실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지난 두 차례의 핵실험과 비교해서 이번 3차 핵실험에 관한 북한의 공식담화 내용이 얼마나 바뀌었는가를 조심스럽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핵실험 직후 발표된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북한은 “제3차 핵시험은 미국의 대조선적대행위에 대처한 단호한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하며 핵실험의 목적을 “미국의 날강도적인 적대행위에 대한 우리 군대와 인민의 치솟는 분노를 보여주고 나라의 자주권을 끝까지 지키려는 선군조선의 의지와 능력을 과시하는데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발표된 북한의 공식입장 표명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김정일이 사망하고 김정은 체제가 등장하였지만 선군先軍적 시각에서 국제정치 상황을 분석하고 생존전략을 모색하는 것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북한이 이번 핵실험을 계기로 자주권과 함께 경제발전을 강조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북한은 “자위적인 핵억제력에 의거하여 경제건설과 인민생활향상에 힘을 집중하려던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월 한 달 동안 두 차례 발표된 김정은의 연설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1월 26일 국가안전 및 대외일군협의회 지도연설에서 김정은은 “자위적 전쟁억제력에 토대하여 이제는 인민들이 더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도록 경제건설에 집중하려던 우리의 노력에는 엄중한 난관이 조성되였다”고 평가하며 핵능력을 비롯한 전쟁 억지력의 구축이 애초에 경제발전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1월 29일 당세포비서대회 연설에서 김정은은 “이제는 우리가 제국주의자들과의 대결에서 주도권을 더욱 확고히 틀어쥐게 되었으며 경제강국건설과 인민생활에서 전환을 일으키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북한 김정은 체제는 ‘핵자주권에 기반한 경제발전권의 추진’이라는 ‘자주’와 ‘발전’의 두 마리 토끼잡기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주권을 잃은 나라와 민족은 안전과 발전권은 고사하고 상가집 개만도 못하다는 역사의 교훈”이라며 자주권을 수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최고이익”이라고 밝힌 점에서 보듯 선군적인 시각이 여전히 김정은 체제를 지배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동시에 ‘발전권’을 강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는 점도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3차 핵실험 하루 전인 2월 11일 개최된 북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공화국을 고립압살하려는 온갖 적대세력들의 책동을 경제강국건설과 인민생활향상의 자랑찬 승리로 단호히 짓부셔버릴데 대하여 지적하였다”고 밝힌 점은 인상적이다. 국제사회의 압박에 대해 경제발전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은 현재 북한에서 변화가 진행중임을 시사한다.

 

북한 3차 핵실험과 김정은 체제의 미래

 

문제는 핵자주권과 경제발전권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데 있다. 북한이 경제발전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개혁 개방을 통한 외부지원이 필수적이지만, 핵을 보유하고 있는 한 전면적으로 북한을 지원할 국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지역정세 안정을 추구하는 중국이 북한 정권 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지원만을 해 줄 수 있을 뿐이다. 정치국 회의 결의사항에서 논의되고 있는 원산지구 개발 문제만 하더라도 이 일대를 세계적인 휴양지로 조성하기 위해서 대규모 해외투자가 절실하나, 핵을 보유하는 한 실현 불가능하다.

 

김정은 체제는 갈림길에 서 있다. 핵무기 개발을 통한 자주권 확보를 계속 추구해 나갈 경우 국제사회의 강력해지는 제재와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이를 견디는 과정에서 북한은 점차 식물국가화 되고 궁극적으로는 체제붕괴에 이를 수 밖에 없다. 경제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전면적인 지원과 투자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핵포기는 불가피하다. 비핵자주권을 기반으로 한 경제발전권의 모색이 김정은 체제가 ‘붕괴’가 아닌 ‘진화’에 이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김정은 체제는 두 마리 토끼가 아닌 두 개의 갈림길에서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마지막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과 김정은 체제의 진화

 

자주권과 발전권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이번 핵실험을 통해 북한이 표출한 국가전략의 기본 밑그림이라면 한국과 국제사회의 대응도 보다 복합적이어야 한다.

 

향후 박근혜 정부가 견지해야 할 대북정책의 기본 원칙은 자명하다. 북한이 핵선군 생존전략 논리에서 벗어나 비핵안보번영체제를 모색하도록 이끌어가는 것이다. 우선 김정은 체제의 지배 논리인 핵선군정치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핵선군이 “민족의 자주적 운명개척의 길을 힘있게 열어주는 위력한 힘”이나 “만능의 보검”이 아닌 북한 체제를 반드시 붕괴시킬 ‘암세포’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던져주는 군사적•경제적 조치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북한이 선군에서 선경先經으로 체제진화의 길을 모색해 나간다면 한국이 이를 전면적으로 지원하게 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도 보내야 한다. 김정은 체제가 경제건설과 인민생활향상을 위해 추진하는 여러 시도와 정책들에 대해 적극적이고 기민하게 지원해야 한다.

 

김정은 체제의 진화를 유도하려면 두 신호를 동시에 보내야 한다. 핵선군전략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고, 대안적 생존전략의 모색에 대해서는 한국이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신호를 동시에 보내야 한다. 구체적으로 군사, 경제, 정치의 3중 복합대응책이 필요하다.

 

첫째, 군사적 억지력 강화이다. 핵선군적 사고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줄 뿐 아니라,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현재 일부 정치권에서 주장하고 있는 독자적 핵무장론이나 미 전술핵 재배치는 현실적으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군사적 억지력 강화의 선택지가 되지 못한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장에 나설 경우 부분적으로 북한의 핵능력과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이루어 억지력을 강화시킬 수 있으나 이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총체적 대가를 고려하면 정책적 선택지로서의 가치가 없다. 독자적인 핵무장을 선택할 경우 세계 비확산 체제와 전면전을 치르는 동시에 미국과의 관계악화 및 심각한 갈등을 각오해야만 가능하다. 70년대 박정희 정부가 핵무기 개발을 선언했을 때 당시 미국은 우선 경제적 압력으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의 지원 중단, 다음으로 기술이전 중단에 이어, 마지막으로는 한미동맹의 최대 현안문제였던 한국군 근대화 계획을 더 이상 지원할 수 없다는 초강수까지 두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전술핵 재배치 역시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다. 지난 해 12월 발표된 미 의회조사국(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보고서에 따르면 1991년 9월 부시(George H. W. Bush) 당시 미 대통령이 모든 지상 및 해상 전술핵의 철수 및 폐기를 선언한 이래 현재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전술핵은 약 760개로 이 중 200여 개는 유럽 내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 공군이, 나머지는 미 본토에 해군용으로 비축되어 있다. 한반도에 재배치할 수 있는 지상 및 공군 전술핵 자체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전술핵 운용에 부정적인 오바마 대통령은 전략핵 및 재래식 무기로도 충분히 확장억지(extended deterrence)를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군사적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작년 5월 시카고 NATO 정상회의에서 제시된 “억지방어태세재검토”(Deterrence and Defense Posture Review: DDPR)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DDPR은 탈냉전 이후 새로운 안보환경에서 군사적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핵과 재래식 전력의 적절한 조합”이 필요하다고 보고 MD, 재래식무기, 미국의 확장억지, 군축의 4개 영역에서 동시적 역량 강화 추구를 제안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도 점증하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독자적인 핵 역량 보유가 아닌 한국형 MD, 재래식무기억지체제, 미국의 확장억지체제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형태로 군사적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경제적 조치이다. 북한의 핵선군정책이 실질적으로 무력화되도록 강력한 조치를 마련하는 동시에 체제진화를 도모하고 인민생활 여건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에 대해서는 지원수단을 마련하는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한 이상, 미사일 및 핵무기 관련 자금과 물품의 흐름을 차단하기 위한 대북금융제재와 무역제재를 보다 더 강화된 수준으로 이행해야 한다. 특히 지난 2005년 9월 미 재무부가 마카오 소재 방코 델타 아시아(Banco Delta Asia: BDA)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과 같은 조준금융제재(targeted financial sanction)가 유력한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 당시 북한이 수 차례 공식 성명을 통해 금융제재 해제를 거세게 요구했던 것에서 보이듯 조준금융제재는 북한의 불법금융활동을 차단하여 김정은 정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2006년 4월 미 의회 청문회에서 미 재무부 테러리즘 및 금융정보 담당 차관 스튜어트 레비(Stuart A. Levey)는 조준금융제재를 통해 폭넓은 국제적 지지기반 마련에 성공하여 북한의 ‘확산 관련 거래들’(proliferation-related transactions)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제재가 이번에도 핵선군세력을 무력화 시키는 전가의 보도가 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6년 전 상당한 곤란을 겪었던 북한이 그 동안 이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대비책들을 마련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 이미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국제사회의 강도높은 경제제재를 받아왔기 때문에 더 높은 수준의 제재를 가하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지난 1월 23일 유엔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대북제재결의안 2087호에 의거, 군사적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밀수 등 수출입 전반을 통제하는 ‘캐치 올’(catch-all) 방식의 제재가 이미 가동 중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더 잃을 것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제재가 가지는 효율성과 한계를 동시에 인식하고 정책적 선택을 모색해야 한다. 결국 핵선군세력에 대한 경제제재와 함께 인민의 생활 여건을 개선시키고 이를 통해 북한 변화의 내부 동력을 만들어 내는 경제지원의 복합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정치적 대응이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북핵개발을 막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핵선군에서 비핵안보번영체제를 선택하는 체제진화의 길로 나설 수 있도록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북한 체제의 붕괴는 한국이 치를 엄청난 비용을 고려할 때 결코 바람직한 미래가 될 수 없다. 북한 체제붕괴와 흡수통일에 철저히 대비하되 그것이 한국의 기본 통일 전략이 되어서는 안된다. 김정은 체제가 퇴화와 붕괴대신에 진화의 길을 걷도록 하고 이와 함께 한국과 연관국가들이 건설하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번영체체도 진화하는 ‘공진共進’이라는 새로운 그림의 창출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체제진화를 모색할 때 남북한과 미중, 일러, 유럽연합 나아가 유엔까지 함께 참여하는 복합평화번영체제를 한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구체적이고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

 

군사•경제•정치의 3중 복합대응정책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국방부, 통일부, 외교부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정책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이 북한의 붕괴가 아닌 진화를 바라고 있기에 김정은 체제가 사지死地로 들어서는 핵선군의 길을 걷지 않도록 군사적 억지력 강화, 경제제재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울러, 남북 공생의 길인 한반도비핵안보번영체제의 구축에 한국이 앞장설 것이며 이 길을 선택하는 김정은 체제의 진화를 한국이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지속적으로 발신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박근혜 정부가 대선기간 반복적으로 강조했던 것처럼 과거 대북정책에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서 햇볕과 제재의 단순논리를 극복하고 한반도 공동진화의 길을 모색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위원장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

 

위원

김양규, 동아시아연구원 연구원
전재성, 서울대학교 교수
조동호,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동아시아연구원(EAI)은 미국 맥아더 재단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EAI 논평]은 국내외 주요 현안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통해 깊이 있는 분석과 적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AI 논평]을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본 논평은 하영선 EAI 이사장과 전재성 EAI 아시아안보연구센터 소장의 [특집 대담 스마트 Q&A] “북핵실험과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 : 진단과 처방”(동아시아연구원, 2013년 2월 21일)을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http://eai.or.kr/type_k/panelView.asp?bytag=p&catcode=&code=kor_report&idx=12021&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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