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act    
[EAI 논평 제8호] 천안함 사태의 복합적 교훈과 향후 대응방향
 

동아시아연구원 

2010-05-17 
비극적인 천안함 사태 이후 두 달째가 되어간다. 천안함 사태 직후 현재까지 정확한 원인 규명, 정부 대응의 적절성, 주변국의 동향,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둘러싸고 비판과 논쟁, 추측이 난무했다. 정부는 민군합동, 국내외 합동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원인규명을 추진하는 한편, 전군지휘관회의에 이어 안보총괄점검회의 등을 개최하는 등 후속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제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정부의 공식발표가 나오면,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도 새로운 국면의 논쟁과 대책 마련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그간 천안함 사태가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를 던지는지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여전히 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침몰 원인에 대한 정부 발표가 나오더라도 침몰 당시 현장의 확증이 없는 상황에서 조사 내용의 과학성과 진실성을 둘러싸고 국내외에서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문제는 천안함 사태에 대한 총론적 성격규정과 정의에 대한 합의를 어떻게 이끌어내는가 하는 점이다. 침몰 원인에 대한 100% 명백한 물적 증거가 언제 확보될지 모르고 강한 심증에 비해 물적 확증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의 공식적 견해를 정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상당 부분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기초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9.11 사태 이후 “미국은 전쟁에 돌입”했다고 정리하고, 군사전, 외교전, 경제전, 정보전, 치안전, 정치전의 6면 전쟁을 현재까지 수행해 오고 있다. 미국의 전략적 결단이 적절한가의 문제를 논외로 치자면 한국 역시 위기상황을 해결해 나가는데 정부의 권위 있는 사태규정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천안함 침몰 원인의 정부 발표가 얼마나 실효성을 확보할 것인지의 문제는 과학적 설득력 못지 않게 한국인들의 정부 신뢰와 주변국 및 국제사회와의 적극적인 협력활동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원인규명과 더불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인식은 천안함 사태의 총론적 성격규정이다. 천안함 사태는 현재 한국이 처해있는 군사, 외교, 경제, 정치, 정보의 5개 부문에서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어느 한 부분에 치우친 반성과 대책이 아니라, 전체를 아우르는 인식 속에서 각론적 분야별 대책을 제시할 때,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될 천안함 사태의 해결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군사적 측면에서 천안함 사태는 한반도가 처해있는 폭력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언제 불거질지 모르는 폭력사태의 위험성을 일깨워주는 한편, 한국 국방정책의 현 주소를 확인시켜주었다. 천안함 사태 발생 직후 초기 보고 및 대응체제의 문제점, 정부와 군 간의 긴밀한 협력체제 미비, 대민 설명과 설득능력의 한계 등이 드러났다. 더욱이 현장에서 침몰 원인을 조속히 찾아내기 힘든 상황에서 정부와 군이 비전문적 견해에 휘둘릴 뿐 아니라, 평소의 국방태세에 대한 미비점을 노정시킴으로써 국민들의 안보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북한공격론이 대두되면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정확한 평가, 서해 대잠 방어 필요성의 인식 및 대비태세, 북한 군사동향에 대한 정보가 한정된 상황에서 대응의 미숙함 등의 문제도 드러났다.

 

정부가 천안함 사태로 명백해진 한국 국방전략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살펴보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다. 한국의 안보에 대한 위협의 근원과 성격, 가능성을 철저히 파악해서 향후 이와 같은 사태는 물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사태에 대한 철저한 대비체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 행정부는 지난 행정부들의 국방개혁안에 대한 근본적 검토와 전략설정이 미비한 상태에서 천안함 사태를 맞이하였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북한주적개념 부활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연기론, 국방비 증가론 등 각론적 주장들을 포괄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재검토가 병행되어야 한다. 국방에 관한 검토는 천안함 사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안보와 외교를 함께 고려한 말 그대로 총괄적 검토가 되어야 한다.

 

천안함 사태에 대한 군사적 대응의 핵심은 재발방지이다.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어떠한 세력이라도 한반도의 안정을 해치는 행위는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 합법적이고 일치된 응징에 접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해야 할 것이다. 군사적 대응은 외교적, 경제적, 정치적 대응과 함께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의 독자적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한미동맹의 군사준비태세를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하게 보완해야 할 것이다. 국제연합 등의 국제사회에 대한 외교적 대응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한국의 군사적 대응에 대한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한국의 군사적 대응이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와 지구적 중견국으로 부상하려는 한국의 국가전략을 함께 고려해 볼 때,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군사적 대응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렵다.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 역시 한반도의 긴장이 상승되어 자국의 이익이 침해되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11월에 예정된 G20 정상회담 등 한국의 또 다른 주요 외교 목표들을 고려할 때, 군사적 대응은 철저하고 지속적이면서도,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 형태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외교적 측면에서 천안함 사태는 이미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한국은 끈질기고 지속적인 외교적 노력을 통해 한반도의 안정을 해치는 모든 행위가 그러한 행위를 주도하거나 지원할 세력에게 정치적, 경제적 제재와 외교적 고립이라는 대단히 부정적인 반향을 가져온다는 점을 명백히 하고, 모든 형태의 도발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주변국들은 천안함 사태의 원인이 어떻게 규명되고 향후의 사태가 어떠한 방향으로 진전될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자국의 이해관계를 치밀하게 계산하고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의 국제정치가 근본적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판단 하에 동맹국과의 관계를 무엇보다 강조하여 왔다. 중국의 부상과 다양한 형태의 다자주의가 동아시아의 판도를 변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관계 설정 및 다자협력에 보다 능동적 참여 못지않게 기존 동맹국과의 관계유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토야마 정부와의 협력관계가 조정기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은 미국에게 점차 중요한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천안함 사태 대응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하여 왔다. 문제는 핵없는 세계를 주창하는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선 천안함 사태 해결, 후 6자회담”이라는 한국정부의 정책 방향에 현재까지 동조하고 있으나, 천안함 사태 해결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언제까지가 사태 해결시한인지, 이후의 대북 정책 방향이 무엇인지 등 매우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 한국정부가 전반적 견해를 표명해 나가지 못하면 한미 협조관계도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지면 한국 못지않게 매우 어려운 처지에 처하게 되는 것은 중국이다. 북한과의 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책임있는 강대국으로의 위상을 지속해야 하는 중국은 최근 한중, 북중 정상회담을 잇따라 열어 향후 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을 보였다. 한국 원인 조사의 과학적 과정을 평가하면서도,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후계구도를 논의하고 경제지원을 실시하기로 한 중국은 화평발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한반도 안정이라는 목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정치적, 경제적 요구를 들어주면서도 향후 북한의 국내외 정책에 대한 전략적 소통을 강하게 요구함으로써, 북한으로 인해 중국이 경제발전과 외교적 입지에서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상황을 최대한 방지하려 하고 있다. 향후 중국이 한국의 조사결과를 공유하고, 이에 대한 대처방안에 협력할 것인가는 한반도 안정과 화평발전이라는 동일선상의 전략적 목적에 비추어 결정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중국의 협력이 매우 긴요하다고 할 때, 향후 한국은 천안함 사태 대응책을 장기적 한반도 전략에 비추어 차분하고 냉정한 과정을 거쳐 제시해야 중국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외교적 대응방법은 단호할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G20 정상회담은 물론 많은 국제회의의 주체로 부상하고 있는 한국은 천안함 사태의 대응 방법에 있어서도 국제적 규범과 표준을 준수할 뿐 아니라,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활용가능한 모든 외교적 수단을 다양하게 동원하면서도 효과적인 결과를 거둘 수 있도록 국제연합을 비롯한 다자외교무대를 최대한 이용해 나가야 한다.

 

천안함 사태와 같은 한반도 안보불안사태가 발생할 경우 가장 위협받는 것은 한국의 경제이다. 대외적으로 개방되어 있는 한국의 경제는 외국인들의 한반도 안보인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이 안보위기를 적절히 다루어나가고, 한미동맹을 강화함으로써 국제적 버팀목을 확보하는 것이 경제발전에 긴요한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굳건한 국가안보의 확보가 지속적 경제발전을 담보한다면 이러한 안보태세를 유지하고 강화함에 있어 경제적 여건의 부침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효과적인 재정지원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천안함 사태는 해군은 물론 한국군의 열악한 근무환경, 장비 및 무기체계에 대한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두 차례의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국방비의 증가추세가 둔화되고, 이전 행정부에서 계획했던 국방개혁안을 실현하기 위한 투자는 급속히 줄어들었다. 결국 국방비를 감소하는 수정안이 만들어졌으나, 금번 천안함 사태는 국방계획이 경제상황뿐 아니라 안보위협의 수준과 국방전략의 필요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향후 복지안보국가의 복합적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천안함 사태의 책임자로 북한이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 레버리지의 확보는 한국의 안보를 확보해 나가는 데 유용한 수단이다. 경제제재와 같은 수단이 일정한 한계 속에서 유용한 것은 물론이고, 향후 한반도의 안정과 남북관계를 위해 경제적 레버리지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북한은 경색되어 있는 남북관계 속에서 대중 경제의존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국제연합의 대북제재결의안을 준수하는 수준에서 대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경제협력의 수위를 조절하며 대북 원조를 해나가는 중이다. 향후 한국은 남북교역,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의 문제에 있어서 남북관계의 경제적 레버리지 확보를 위한 능동적 개입과 대북 제재수단으로서 경제협력의 퇴각이라는 양면게임의 입체적 구성을 놓고 더욱 고민하게 될 것이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 한국이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 대북 레버리지 확보가 중요한 만큼 북한의 경제적 대남의존도를 높이는 가운데 필요 시 제재의 효과성도 증대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천안함 사태는 안보위기에 대응하는 정부 능력의 문제점과 정치지도자들의 한계를 공히 보여주었다. 정부는 사태를 조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동시에, 사태의 성격을 규정하여 대처해 나가는 위기관리능력의 한계를 노정하였다. 정부 부처 간의 사전협의와 공동대처에 문제가 생기는 순간, 국민들은 정부의 발표 내용에 불신을 가지게 되고 이후의 대처방안에 찬성할 수 없게 된다. 한반도 안보의 위기는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와 북한 상황을 생각해 볼 때,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는 문제이다.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위기에 대처하는 시스템을 정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국가안보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 정치지도자들은 정치적 이익을 넘어 국가적 안보이익을 위해 공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당파적 이익에서 당면한 안보적 이익을 해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자제하고 심지어는 정치적 손해를 감내하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결국 그러한 모습이 장기적인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는 방책이 될 것이다. 천안함 사태에 당면하여 정치지도자들은 여전히 사태 발생원인, 정부의 대처방법 등을 놓고 정쟁을 일삼고 있고, 여론을 계도하는 리더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안보위기를 함께 고민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도 물론이지만, 위기에 대처하는 지도자들의 마음가짐을 되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언론과 시민사회집단과 같은 사회행위자들 역시 안보위기에 대해 함께 걱정하고 책임있는 토론을 벌이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언론은 선정적이고 차별화된 보도를 위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견해를 유포하고, 다양한 단체들 역시 온라인을 이용한 정보유포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유롭고 다양한 의견개진과 토론을 통해 공적 담론을 생산하는 것도 민주주의의 필수적 요소이지만, 생산과 유포에 임하는 국민 모두도 책임있는 민주시민의 자세를 다하도록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천안함 사태는 정보실패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천안함 침몰 이전까지 이를 예상할 수 있는 어떠한 정보도 취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서해 상에서 정기적인 초계활동을 벌이는 1,200톤급 대형군함이 당면할 수 있는 위기상황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가지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의 국방정보 능력의 한계를 노정한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는 불확실하고 비대칭적인 안보위협에 대한 정보의 확보가 얼마나 어려울 일인가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원인조사 과정에서 정보능력의 현황이 다시 한 번 확인될 터인데, 국방정보기능의 강화를 위해 어떠한 대책을 세울 것인지도 함께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정보의 실패는 비단 정부의 문제만은 아니다. 침몰 원인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정보능력의 한계도 여실히 드러났다. 많은 민간전문가들과 학자들이 침몰의 원인에 대한 논의를 거듭하면서도 의견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함께 결론에 이르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회행위자들 역시 정보를 합리적으로 종합하고 이를 지식의 차원으로 격상시키지 못한 채 유포하는 문제도 드러냈다. 정보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위기를 해결하는 국가적 지식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번 천안함 사태가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천안함 사태가 주는 교훈이 다각적인 만큼, 한국의 대응은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5차원 대응이 되어야 한다. 모든 각론 차원의 대응이 효과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될 때 천안함 사태는 한국의 안보력을 향상하는 뼈아픈 교훈으로 남을 것이다. 천안함 사태는 한반도 폭력질서를 매개로 급변하는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 북한의 미래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향후의 대북 전략 및 외교전략과 맞닿아있는 점을 함께 고민하면서 천안함 사태의 대응책을 추진해가야 할 것이다.■

 


 

위원장

하영선 (서울대학교)

 

위원

이숙종 (EAI 원장, 성균관대학교)

전재성 (서울대학교)

조정현 (외교안보연구원)

차두현 (국방연구원)

 

[EAI 논평]은 국내외 주요 현안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통해 깊이 있는 분석과 적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AI 논평]을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http://eai.or.kr/type_k/panelView.asp?bytag=p&catcode=&code=kor_report&idx=9191&page=2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