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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I 논평 제9호] 천안함 사태 이후 중국의 딜레마와 한·중관계의 미래
 

동아시아연구원 

2010-06-25 
2010년 5월 20일,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국제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가 발표되었다. 한국정부는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침몰했다는 조사결과를 공식화하였고, 미국을 비롯한 22개 국가들은 이에 동의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한국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중국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중국은 조사가 시작되면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결과를 강조하였고, 조사결과 발표 후 현재까지 한국정부의 발표에 대한 평가를 미룬 채 원칙적인 논평만을 계속하고 있다.

 

천안함 사태 이후 중국의 공식 논평들은 “중국은 책임대국”이며 “중국의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유지”라는 점에 집중되어 있다. 우선 중국은 책임대국의 정의를 나름대로 내리고 책임대국과 북•중동맹北•中同盟의 양립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하여 남북한 간에 더 이상의 충돌과 불안정은 없어야 한다는 점에 정책적 비중을 두고 있다. “책임대국론” 과 “한반도 평화안정 유지론”은 천안함 사건 정국에서 중국의 생각을 가장 잘 요약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정부의 조사결과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는 이유는 조사결과를 “객관적,”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자체가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행동으로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을 천안함 침몰의 주범으로 인정하면 유엔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한 성명, 규탄, 또는 최악의 경우에는 제재까지도 결정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반대로 주범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중국은 북한을 주범으로 인정하는 대다수 국가들과 조사결과의 과학성과 객관성에 대하여 논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현재 천안함 사건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고 있다.

 

중국은 사건의 실체가 어떻든 간에 천안함 사태를 북한의 행동으로 인정하는 데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이 이렇게 신중한 전략을 택하고 있는 이유는 현재 북한의 내부 상황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점차 악화되고 있는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 화폐개혁 후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사정, 그리고 김정일의 건강악화와 불안정한 권력세습의 문제 등으로 북한은 대내외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은 외부의 압력이 지나치게 커지면 북한의 체제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사태에 대한 한중의 공동대응이 어려운 점은 북한의 장기적 미래에 대한 양자의 전략적 비전이 합치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의 대북 제재에 찬성할 경우 북한의 미래가 과연 중국에게 유리한 형태로 귀결될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대북 제재가 강경일변도의 전략이 아니라 북한의 미래는 물론, 남•북•중 관계의 새로운 비전을 위한 것이라는 논리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중국은 나름대로의 국익추구전략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무조건적으로 “북한 끌어안기” 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북한에 의한 안보불안의 재발방지를 위하여 북한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지난 5월 초 북•중北•中 정상회담에서 제기한 후진타오胡錦濤의 5원칙이 시사하듯이 중국은 북•중 간의 전략적 소통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 주요 내용은 앞으로 북한의 내정•외교를 비롯한 중요문제를 중국과 긴밀하게 구통沟通(초보적 소통)하자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는 전통적인 중국의 대외관계 원칙인 타국에 대한 내정불간섭 원칙과는 다른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전략적 소통강화를 통하여 북한이 무분별하게 동북아에서 평화•안보를 위협하여 중국의 최우선목표인 경제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사전에 막으려는 것이다.

 

중국의 소극적 태도라는 어려움 속에서 한국의 천안함 사건 외교는 정해진 수순대로 진행되고 있다. 유엔안보리의 조치와 관련해서 한국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북한에 대한 제재결의안 체결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이미 가능한 제재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유엔안보리 제재결의안 1718의 규제 하에 있는 북한에게 또 다른 제재결의안을 더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하다. 대신 한국정부는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없이 북한의 행동에 대한 국제 여론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에 동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이 천안함 사태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의 행동에 대한 집단비판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을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에 반대하는 것도 상당한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은 천안함 사건과 6자회담을 분리하여 6자회담의 재개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으며, “先 천안함 사태 해결, 後 6자회담 개최”를 주장하는 한국과 의견차이를 보여왔다. 이러한 의견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한국과 중국 양국은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을 통과시키고 이를 기회로 천안함 국면을 일단락 지음과 동시에 6자회담 국면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의장성명에 북한을 천안함 사건의 주범으로 명기할 것인가의 결정에 있다고 보여진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성명에 북한을 명기하는 것을 당연하게 인식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이에 곤란함을 호소하고 있다.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이 통과된다면 한국정부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북한은 6자회담의 재개 조건으로 유엔안보리 제재의 완화 내지는 폐기를 요구해 왔으나, 한국정부는 미국과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 아래 6자회담 재개를 추진하면서 북한이 보다 진정성을 가진 적극적인 자세로 6자회담에 참여할 것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리더십 발휘에 상당한 곤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번 천안함 사건은 국제사회에서 향후 중국의 리더십 구축에 중요한 평가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중 수교 이후 지금까지 한국은 북한에 대하여 정치•경제•군사•외교적 영향력을 가진 중국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북한을 이끌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중관계를 우호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 우리는 지금까지 중국을 상대로 적극적인 국익추구를 하기 보다는 원만한 관계유지에 보다 더 신경 써온 측면이 있다. 중국은 한국의 중국에 대한 자세에 상관없이 자국의 국가이익에 따라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북•중관계를 유지해 나가려 노력해 왔다. 한국이 중국의 힘을 빌어 북한을 움직이려 한다면 한•중관계 또는 동북아 국제관계 속에서 중국의 국가이익이 한국의 국가이익과 합치될 수 있도록 중국이 당면한 국제환경의 변화를 정확하게 인식하도록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천안함 사건 이후 재발방지를 위해 검토하고 있는 한•미연합훈련은 중국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에서 미국 핵 항모인 조지 워싱턴 호의 참여가 조심스럽게 검토되는 과정에서 중국은 미국 핵 항모의 서해 진입에 상당한 안보적 위협을 느끼고 예민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에 대하여 중국은 현실적인 제재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현실적으로 반대의사를 전달하는 외교적 수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천안함 사태, 혹은 향후의 유사 사태나 급변사태 시 한미 간의 협력이 중국의 동북아 전략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게 될 것이다. 한•중•미 3국 모두 변화의 가능성이 많은 북한 정세에 대해 미리 장기적 합의를 이루어나가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이번 기회에 인식해야 한다. 중국은 한•미연합 군사훈련 논의를 보면서 북한 관련 사태가 동북아의 군사적 세력균형을 상당부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도 북한에 대한 통제능력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향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서는 한국•미국과의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다. “북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6자회담과 함께 사안에 따라 유관국가들이 모여 효율적으로 논의를 진행하는 “小다자주의” 형식을 동시에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한국과 중국 및 유관국가들은 북한의 장기적 미래와 체제불안정, 핵문제, 탈북자 문제 등을 포함하여 앞으로 다양한 지역안보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유연한 논의를 발전시켜 가야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미래와 체제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중•미가, 탈북자문제를 위해서는 한•중•몽고(가능하다면 일본포함)가, 북한 핵문제를 위해서는 한•중•미가 모여 사안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여야 한다. 중국의 지속적 부상과 함께 한•중관계는 시간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한•중관계는 더 이상 양자관계가 아니라 21세기 한반도의 사활이 걸린 핵심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 및 국력격차를 고려하면, 우리가 중국을 대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현실적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중국이 추구하는 대외전략의 목적과 구체적 정책 등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단계적으로 한중간의 전략적 이익을 합치시키는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천안함 사태에서 보여졌듯이 북한과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전략대화를 게을리 할 때, 구체적인 사안들에게 한중 간의 원활한 협력은 기대하기 힘들다. 천안함 사태가 일단락되는 과정에서 향후의 북핵 문제와 6자회담, 북한의 체제불안 및 승계과정에서 한중 간 전략적 협력의 실마리를 탐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통적 국내역량 강화와 세력균형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그물망력Network Power의 강화도 함께 모색해야만 한다. 천안함 사태는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주변국과의 복잡한 고차 방정식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문제해결의 전체 네트워크를 구상하지 못할 때 결국 연결되지 못한 코Node에 의해 좌절되고 말기 때문이다. 향후 기존의 한미동맹을 21세기의 변화에 맞게 복합동맹으로 심화시키고 한•일관계도 신시대적 협력강화를 모색해야 한다. 동시에 한중간의 전략적 우호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대중 그물망외교의 심화가 주인공과 무대의 면에서 복합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한국의 대미/대일 외교와 대중외교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두 가지 모두를 당시 힘의 역학관계에 따라 비대칭적으로 함께 품어야 하는 문제이다.■

 


 

위원장

하영선 (서울대학교)

 

위원

전재성 (서울대학교)

한석희 (연세대학교)

 

[EAI 논평]은 국내외 주요 현안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통해 깊이 있는 분석과 적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EAI 논평]을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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