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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전쟁 :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
 

2014-11-01 

하영선 교수는 패전국이 아닌 상황임에도 맞이해야 했던 분단과 전쟁 그리고 1970년대 전 세계적 유화 흐름에 홀로 편승하지 못한 과거를 돌아보며, 즉 냉전의 폐해를 누구보다도 먼저 겪어야 했고 데탕트에서는 유독 뒤쳐지는 사태를 지나온 어제를 교훈 삼아 이제 한반도가 비극의 땅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질서가 짜이는 판을 제대로 읽는” 가운데 어떻게 하면 “평화적인 요소를 선두로 해 치달을 수 있는가”를 묻는다. 그러면서 중국의 부상과 함께 형성되고 있는 21세기 복합질서 아래 무엇보다 긴급한 남북관계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지 살핀다. 그리고 그 길을 안내할 지도로, 근대적인 면에서 일정한 힘의 균형은 유지할 수밖에 없음을 용인하는 한편, 상호 모순된다고 하여 증오와 섬멸의 대상으로 삼는 그물망이 아닌 공진하는 ‘복합태’로서 다중 네트워크를 지혜롭게 그리자고 역설한다.
 

강연 – 하영선 서울대 명예교수

 

하영선 : 오늘 말씀드리려고 하는 것은 저나 여러분들의 삶터인 한반도에서 벌어졌던 집단적인 사랑과 미움의 드라마 또는 사랑과 미움의 역사, 이런 것들을 한번 좀 되돌아보고 우리가 미움의 역사에서 사랑의 역사로의 커다란 변환의 가능성은 없는가, 그런 것을 비정한 정치학이나 국제정치학 쪽 시각에서 얘기를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대강 얘기의 줄거리는 처음에 서론을 잠깐 말씀드리겠고. 그다음 예상하셨겠지만 한국전쟁 문제, 그다음은 어쩌면 우리가 전쟁으로부터 벗어나지 않는가 하는 허망한 꿈을 꿨던 7·4 공동성명이라고 하는 것은 어떻게 느닷없이 찾아왔으며 또 느닷없이 떠났는가라는 얘기를 해보겠고. 마지막으로는 지금은 어떤 것인가, 집단적 미움의 삶터에서 우리가 벗어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는 있는 것인가 그리고 그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기 모색이 필요한가, 그런 세 꼭지의 얘기를 해보려고 그럽니다. 한반도란 삶터를 둘러싸고 있던 질서의 전체적인 모습은 크게 보면, 주관적인 유형으로 구분하자면 아마도 전통적인 천하질서의 모습이 꽤 오랫동안 진행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19세기 중반부터 소위 전통 천하질서에 대해서 근대 국제질서라고 하는 것이 서양 국가들에 의해서 우리들한테 다가왔고 이런 것들이 상징적으로는 1840년대 아편전쟁부터 시작해서 1945년까지입니다. 그다음으로 냉전질서라는 것을 또 하나의 구분으로 삼고. 마지막은, 대체로 1990년대, 사건으로 치면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 1991년 소련 해체, 이런 것들을 통해서 흔히 냉전의 시대를 벗어났다고 얘기하고 탈냉전이라고 부릅니다만 저는 그걸 탈냉전보다는 조금 더 변환의 폭이나 깊이가 더 깊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변환의 세기로 일단 부릅니다, 복합의 세기로. 따라서 제가 오늘 말씀드리려는 것 중에 한국전쟁의 비극, 7·4 공동성명의 추진과 폐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21세기 복합질서 속에서의 전쟁과 평화라는 것은 대체로 근대적인 국제질서 가운데 그래도 냉전질서와 연관된 부분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서 어제, 오늘, 내일, 이런 식으로 진행을 하겠습니다.

 

 


 

토론 – 이삼성 교수, 김명섭 교수

 

최장집(사회) : 한반도의 평화와 전쟁의 배면에서 그것을 움직이는 담론 내지는 가치, 추구하는 목표라는 게 통일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통일을 추구하는 것이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언표화되지 않아도 하여튼 남북한 관계를 지배하는 모든 담론과 가치라는 것이 다 통일을 추구하는 데서 발생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제 생각은 통일을 추구하는 것은 통일도 안 되고 평화 공존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우리가 가치의 문제에서도 그렇고 정치적인 이슈의 문제에서도 그렇고 통일이라는 담론과 가치보다는, 그건 밀쳐두어도 좋고 사용하지 않아도 좋고, 평화 공존의 문제, 평화를 관리하는 남북한 간의 문제가 최대의 목표가 되어야 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삼성 : 몇 가지 말씀을 드린다면 한국전쟁의 발발 과정의 역사 인식과 관해서 선생님께서는 대체로 1990년대 공산권 문서 공개로 확보된 증거들과 이것들을 과거 수정주의적인 문제의식과 서로 대조시키는 방식으로 설명을 전개하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두 가지 정도 제가 주로 생각해본 것을 말씀드린다면, 1990년대 구소련 문서와 중국 문서 등 공산권 자료들이 공개된 이래에 한국전쟁을 둘러싼 역사 인식의 균열은 그때와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수정주의도 ‘냉전기 수정주의’에서 ‘탈냉전기 수정주의’로 진화했다고 생각이 되는데요. 수정주의가 변화된 부분도 있고 연속성을 띠고 있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가 하면 전통주의적 인식 혹은 비수정주의적 인식도 과거의 냉전기에 그랬던 것처럼 근본적으로는 국제전이라는 인식이 한편에 계속 있으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공산권 문서들의 공개를 계기로 해서 이것이 국제전이면서도 내전이라는 방식으로 내전적 인식을 과거에 비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흐름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비수정주의적 내전론’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학문적 현상이 세계 학계에서 먼저 시작돼 우리 학계에도 1990년대 말부터는 일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명섭 : 하영선 교수님께서 처음에 크게 네 가지로 정리를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전통 천하질서, 근대 국제질서, 현대 냉전질서, 미래 복합질서, 네 가지의 큰 흐름을 잡아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복합그물망의 시각으로 21세기는 봐야지 평화를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복합그물망적인 시각을 전통 천하질서 시기에도 적용을 해봐야 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전통 천하질서를 중화민족적 사관에서만 보지 말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지 않나, 그 당시의 복합적인 눈으로 보면 지금은 완전히 우리 기억에서 사라져버렸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최근에 하버드대학의 마크 엘리어트 (Mark C. Elliott) 교수라든가 예일대학의 피터 퍼듀(Peter C. Perdue) 교수 같은 사람들이 만주어를 읽고 새로운 청나라의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전의 미국에서는 한자를 읽고 영어로 쓰는 것도 굉장히 어려웠는데 이제는 한자 자료도 읽고 만주어로 된 자료도 읽고 영어로 쓰고 있는 거지요. 그런데 그분들의 책을 보면 동유라시아, 이 공간의 역사를 저는 너무 단편적으로 공부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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